나의 이야기

고라니

돌처럼 2022. 1. 10. 15:45

 

고라니를 처음 본 건 아마도 중학교 겨울방할 때 지게를 지고 땔나무를 하러 갔었을 때였다.

사실, 그 땐 고라니라는 동물이 있는 지도 몰랐고 노루인 줄로만 알았다.

 

3~4km 떨어진 곳까지 가서 나무 한짐을 지고 내려오다 쉬었다 가려고 지게를 내려놓는 순간,

바로 앞 보대기(보통 성인 크기의 소나무들을 '보대기' 라 불렀음)밑에서 생전 처음 보는 동물이 튀어나가

골짜기로 한참을 내려가다 맞은 편 비탈로 겅중 겅중 뛰어오르는데...

그 점프력이 가히 예술이었다.

 

집에 도착하여 부모님께 이야기 하니 노루였던 모양이라고...

그 후로 십여년이 지나도 그런 동물을 본 적이 없었다.

 

~~

그러다 1,990년대 중반부터 시골 뒷산에서 심심챦게 보이며 울아부지의 주작물인 콩(백태, 청태 등)의 잎을 뜯어먹은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고라니가 밤새 뜯어먹은 콩은 다시 잎을 새로 올리며 가지도 많이 늘려 콩꼬투리가 조닥조닥 붙어 콩수확이 많이 되어 고라니가 좋은 동물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이듬 해 부터는 그들의 개체수가 많아져서인지 콩순을 새로 올리는 족족 다 뜯어먹으니 콩수확이 될 리 만무하고...

그 때부터 고라니를 막고 콩순을 인위적으로 잘라내어 웃자라서 쓰러지는 것도 막고 가지수도 늘려 콩꼬투리가 많이 열리게끔 하였는데, 낫질에 대가(?)였던 내가 그 일에 대부분 타의반으로 내차지였었다.

 

그렇게 고라니를 막기 위해 울타리를 쳐가며 콩, 팥 등의 잡곡을 재배하다 농촌의 인구가 줄어듬에 따라 콩, 팥 등을 재배하지 않으니 고라니들은 그들 입에 대지도 않던 고추잎, 도라지싹 심지어는 두릅나무까지 잘라먹으니 농촌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농민들로서는 원수(怨讐)에 이르게 되었다.

 

 

 

낮이나 밤이나 밭으로 내려서는 고라니들을 쫓아내는데, 7~8년 전부터 노루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 당시 고라니를 열번 보았다면 노루는 한번 볼까말까 하는 정도여서 고라니는 미워도 노루는 쫓아내지 않고 멀찍히서 바라보고만 했는데...

 

웬걸,

이젠 시골에 있으면 매일같이 볼 수 있는 것이 노루가 되었다.

주말에 아침 일찍 나서보면 밭에 노루 3~5마리가 들어서서 저들 먹이라고 뜯고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이제는 고라니, 노루, 멧돼지 등의 산짐승들과

꿩, 물까치(때까치), 산비둘기 등의 조류(鳥類) 들은 모두 원수(怨讐)가 되었다.

적어도 작물을 재배하는 농민들에겐 말이다.

 

~~

 

10여녀전 까지만 해도 시골 뒷산에는 산토끼들이 보이고

밭에도 그들의 배설물 들이 보이곤 했었는데,

길고양이들이 뒷산까지 그들의 영역으로 두고서부터는 산토끼들은 아예 없어졌다.

 

초중시절

겨울철 울아부지 땔나무 지게 등짐위에는 가끔 산토끼가 있어 모처럼의 고기맛을 보았었는데,

풍요속의 빈곤일까?

원수로 생각하는 산짐승들을 수렵(狩獵)으로 배부르게 할 수 있겠지만,

배곯는 일이 초중시절 처럼 없으니 그(수렵)도 관심밖이다.

그저 고라니나 노루, 멧돼지들에 죽임을 행하는 행위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