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2021.8.14)
고향을 힘들게 지키고 있는 노모(老母)였기에
이번 광복절 대체휴일은 남다른 반가움이 있었다.
주말 아침일찍 시골에 내려가자 마자 뻘겋게 익은 고추를 따냈지만
주말 비소식에 비를 맞힐까봐 전날부터 울엄닌 무릎과 고관절 고통을 안고서도 빨간고추를 따내고 있었다.
고추를 따내고,
들깨에 거침이 없도록 듬성듬성 서있는 것과 밭끝자리에 있는 옥수수대궁의 잎과 순을 잘라내는데
천둥소리를 내며 곧 쏟아질 것 같은 날씨는 언제 그랬냐는 듯 비 한방울 떨어뜨리지 않고 그대로 지나쳤다.
비에 대한 한가닥 기대는 애증으로 바뀌고...
가뭄끝에서도 씨를 들어올리던 바랭이가 무성한 밭둑을 예초기로 돌려깎고
빗줄기의 시원함 대신 훤해진 밭둑을 보며 그나마 마음의 시원함을 담아본다.
예초기질을 할 때 노견의 컹컹대는 소리엔 반가움이 묻어 있다.
매어있다 보니 멧돼지로부터 옥수수를 지켜내는데 한계가 있었지만,
그래도 선방한 노견과 발바리
그들 모습에서 대견함을 찾을 수 있었다.
일주일만 더 지켜주기를 바라며...
지난 7월말
가뭄에 한차례 고생했던 고추밭에,
다시 가뭄의 몸살을 앓고있는 고추에 식수를 연결하여 매일 아침저녁으로 고랑에 물을 대주고,
임대른 준 인삼밭 자리도 올가을에 묘삼을 심으려는 듯 준비는 가득한데
밭둑의 풀들은 하늘을 모르고 치솟아 그들에게도 예초기날을 대본다.
'인삼밭 하는 사람들이 깎게 놓아두지 그것까지 깎느냐' 는 울엄니 말에
그사람들은 밭둑관리 절대 안할 거라고...
폭염에 알을 잘 낳지 않던 닭들이 울 뒤 산에서 꼬꼬댁 거리는데
알을 낳는 자리를 자꾸 바꿔 낳으니 그것을 찾는데도 관심이 필요하다.
날 것을 볕에 말리는 펼쳐진 고추와
밤이야기를 조잘대는 풀벌레 소리를 실어나르는 시원한 밤공기가
가을의 향기를 느끼게 하는 주말과 연휴,
그렇게 또 시간을 채우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