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닭들
2달여 동안의 직장일 때문에 주말다운 주말을 보내지 못하고
휴일에서야 살짝 시골을 돌아보았던 시간들,
얼추 공사가 마무리되어서 모처럼 주말에 시골향(向)을 이루자 하는데
몸이 탈이 난 걸까?
정형외과를 잠시 들러 진료를 받고 나서 시골을 향한다.
땅이 굳어 뽑히지않던 고추지지대를 비가 내린 후에 뽑고 비닐을 걷어내는 것 조차
탈이 난 어깨와 목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고추지지대를 뽑아 정리하고 들어서니
닭장을 나서지 못한 닭들이 알을 낳을테니 얼른 닭장문을 열어달라고 소리를 내는데...
이 닭들이 닭장을 나서지 못하는 이유가 있었다.
어쩌다 이웃집의 나무밑에 나가 떨어진 낙엽들을 버리짓은 것에 대해 울엄니 말을 들은 이유도 있고
임대를 준 인삼밭에 초비로 심어놓은 호밀을 파헤치는 이유에서 닭장을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 닭들이 하나 둘 없어진다는데...
지난해까지만 해도 낮에 산에서 매가 날아들어 한두마리 닭들을 잡아놓긴 했는데,
올해 들어서서는 밤중에 무언가가 닭들을 잡아가고 있다.
여름밤엔 울엄니에 미운 털이 박힌 수탉들이 닭장안으로 들어서지 못하고 닭장밖에 만들어 놓은
횃대에 올라앉아 밤을 보내다가 없어진 수탉들이 4마리가 있었는데, 이제 수탉이 닭장으로 들어서자
지난 밤에 뒤란에서 알을 부화시늉하는 암탉을 물어간 모양이다.
암탉이 있던 자리는 공허함만 남기고...
짐작엔 담비이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사실 4년전에 뒷산에서 담비와 조우했던 적이 있었다.
그 때, 처음으로 실물을 본 담비에 반가움과 경이로움이 있었었는데 한편으론 저 담비가 산을 내려서서
닭들을 물어가면 안되는데 라고 혼잣말로 되뇌였었다.
여름에 수탉들이 없어질 때에는 흔적 하나없었는데
이번엔 뽑힌 털이 꽤나 있는데... 너구리 소행인지도 모르겠다.
비닐하우스 안에서 말리던 산밤을 몇 개 까다가
어깨의 통증이 마음에 짜증을 일으켜놓으니 일이 제대로 되지를 않는다.
춘천으로 가서 누워있어야겠다고 돌아온 시간.
"좀 괜찮아 졌니?"
걱정을 담은 울엄니 목소리가 전화벨을 타고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