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주말에..(2019.04.20)

돌처럼 2019. 4. 21. 19:57



하루가 더할 수록

따뜻함도 조금씩 더한다.

그 따뜻함의 더함이 움직이는 몸놀림에 땀으로 흘러내리는 주말,


울엄닌 헛간 시렁위에 걸린 인걸기(소 대신에 사람이 끄는 밭갈이용 쟁기)를 꺼내 참깨고랑을 켜자 한다.

엄마가 무슨 힘이 있겠냐고,

모내기 할 때 사용하는 못줄을 꺼내 줄을 늘어뜨리고 그 줄에 맞추어 양괭이로 참깨고랑을 만든다.

3고랑을 만들어 울엄니와 함께 참깨를 파종하니 반나절이 간다.


빈 밭을 내려앉던 대여섯 마리의 산비둘기가

내심 걱정을 만든다.





참깨를 파종하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

세상에...

양지꽃이 온 밭둑을 빙돌아 노랗게 피고 있었다.

여전,

참깨 파종하느라 수고했다며 도열하고 서서 박수를 쳐주는 듯 보인다.







참깨파종은 이번 주말에 예정이 없었다.

1차 파종한 옥수수가 싹이 트면 그 때나 옥수수 2차 파종을 생각했던 터라,

이번 주말에는 뒷산에 올라 섣불리 올라온 산두릅 한 줌이나 따오려고 했었다.


밭둑에 있던 현호색이 턱을 내민 채 앞으로 얼굴을 쑥 내밀며

'산을 오르지 못해 약오르지롱~'  하며 박장대소를 치며 놀리는 것처럼 꽃모양이 그리 보인다.





산밑밭의 산마늘(명이나물)과




그 주위에 있는 엉겅퀴 새싹들을 취하며

산에 오르지 못함을 달랜다.




1주일 터울로 부화된 병아리들,

먼저 부화된 병아리는 날개와 꼬리에 깃을 달고 좁은 새장안에서 폴짝 폴짝 점프를 뛴다.

따스하게 내려앉는 봄빛과 저들의 조잘거림을 지켜보는 울엄니의 시선이

봉당위에 함께 있었다.






어두워진 공간을 소쩍새가 채우다 잠들 즈음,

울 뒤의 개가 계속 짖어댄다.

고라니나 멧돼지가 밭으로 내려섰나 하고 랜턴을 들고 밖을 나서 보았지만,

이슬비 같은 빗방울 몇방울만이 얼굴을 만지며 어둠을 감잡는다.



휴일 아침,

이렇게 아름다운 소리가 있을까?


울 뒤 가까이에선 박새와 딱새들이 바이올린을 들고

옆산에선 휘파람새와 봄 철새들이 트럼펫과 트럼본을 들고

먼산에선 산비둘기가 호른을 들고 있었다.

그러다 가끔 산꿩이 꺼겅대며 심벌즈를 울리고...


그야말로 새들의 협주곡이

아침을 열고 있었다.



어제 오르지 못한 뒷산을 올라볼까?

개밥을 준비하는 동안,

그 새 참지 못하고 겅중거리는 통에 개줄이 끊어진 딸 개는 자유로움을 어찌하지 못하고

어미개에게 달려들어 싸움을 하고...

아무리 뜯어말려도 물고 늘어지니 울엄닌 주전자 물을 개들에 뿌려댄다.

차가움에 잠시 떨어진 딸 개는 멀찌감치서 먼일인가 바라보고 있던 수탉들을 쫓고...


웬 날벼락인가?

수탉들은 꽥꽥거리며 울타리를 뱅뱅 돌며 도망가다 산으로 올려날며 가쁜 쉼을 토해낸다.


한 바탕 난리통을 친 끝에 개줄을 바꾸어 묶어놓고...




뒷산을 오르려 산밑밭쪽으로 향하니 건너편에서 동물의 움직임 소리가 들린다.

고라니가 내 발자국 소리에 올려뛰는가 보다 하고 별 대수롭지 않게 건너다 보는데...


멧돼지다!

이른 봄부터 산밑밭에 내려와 저지레를 치기에 올무를 서너개 놓았더니 거기에 걸린가 보다.

휴대폰으로 친구를 부르고...


오늘도 뒷산을 올라보는 건 글렀다.

올무에 걸린 멧돼지를 처리하는 친구를 도와주고...

돼지고기 등 육류를 먹지못하는 내겐 탐도 없다.


울엄닌

내 가져갈 것도 모른 채 뜯어놓은 명이나물과 계란 한판을 친구에게 내어주고,,,


이렇게 다 가져가도 되느냐는 친구의 말에

'이렇게 네 얼굴을 보는 것이면 족(足)하지 않냐.'  대답으로 그의 발길을 가볍게 해준다.





엉겅퀴를 채취하는 동안,

솜나물꽃 2개를 보았었다.


해마다 더도 덜도 아닌 2개의 꽃을

그자리에서 피어내고 있다.


이 솜나물꽃 처럼

철마다 맞이하는 주말에

늘 변함없이 서 있었으면 좋겠다 라는 바램을 가져보며

4월속에 한 주를 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