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2019.04.06)
지난 주 고향에 있는 후배에게 트랙터로 밭 경운작업을 부탁했었는데...
트랙터가 고장이 났다는 연락을 받았었다.
수리가 되어 휴일에라도 경운작업이 되길 내심 바랬지만,
트랙터 수리가 되질 않았단다.
경운작업이 되어야 본격적인 주말일이 시작될텐데
마음 편치못한 한가함을 누려본다.
오가피 조청을 이야기하는 울엄니 말에 울 뒤의 오가피나무를 잘라 불을 지피고
주말의 오후 시간을 보낸다.
어둑해지는 시간
군불을 넣고 방안으로 들어서니,
멀리서 궁~궁~ 대는 소리가 들린다.
포성인가?
얼마 지나지않아 번개를 치며 천둥을 친다.
그리고 여름비 마냥 빗줄기가 지붕을 두들기며 사납게 비가 온다.
젠장~
하루빨리 왔으면 영동지방의 산불을 꺼주었을텐데...
휴일 아침
닭장문을 여니
닭들은 바로 울 뒤로 향한다.
저 붉은 수탉이 제일 왕초느롯을 하는 듯 ~
특히 저녁때만 되면
수탉들이 암탉들을 서로 차지하려 난봉을 치는 탓에
암탉들의 등이 털이 다 뽑혀나가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왕초인 듯한 저 붉은 수탉만 놓아두고,
닭장 아래칸에 어두운 틈을 타 나머지 수탉들을 가둬놓았다.
"시끄럽게 굴면 백숙으로 될 터이니 조심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울엄니는 화덕앞에서 오가피 조청을 고고,
난 울 뒤의 수로(도랑)를 친다.
작은 언덕같은 산에서 내려오는 빗물을 집쪽으로 흐르지않게 만든 작은 도랑이다.
울 뒤 도랑을 치고
아버지 산소에 가본다.
묘소 주위의 잡목들을 정리하고
군데 군데 돋아나는 풀들을 뽑아본다.
밭가를 서성거려보는 시간에
꽃다지와 양지꽃들이
이 곳에도 봄이 와 앉았음을 전해준다.
달래밭이 아닌데...
뽑아내질 않으니
다른 작물들이 파종되기 전,
지들 세상이라고 한껏 봄날을 맞이하고 또 맞이한다.
그러다가
울엄니 손길에 잡히는 아이들은
봄날을 보내는데...
그동안 쌀쌀하던 아침기온에
경운작업이 되지않은 밭이어도 편한 마음이었는데,
휴일인 오늘
덥게 느껴지는 따스함에
주말 농군엔 조바심이 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