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이야기
도토리묵
돌처럼
2019. 3. 26. 18:46
벌써 3~4년 지난 것 같다.
가을날에 시골집 뒷산에 올라 도토리를 주워내리니...
묵 만들기가 힘들다고 주워오지 말라던 울엄니.
주워 온 것이라 어쩌지도 못하고...
예전 같았었으면 맷돌로 갈아 도토리묵을 만들었을텐데
힘에 부친다는 울엄니 말에 물에 불린 도토리를 방앗간에서 갈아오고...
도토리 앙금을 손질하는 것은 울엄니에게 맡겼던 적이 있었다.
수없이 울궈내고 가라앉힌 앙금을 건조하여 도토리가루를 보관해서
먹고 싶을 때마다 조금씩 묵을 쑤어 먹는다.
옛날 같았으면 시골 사람들은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도토리 떨어지는 가을이면
깊은 산까지 들어가서 도토리를 자루에 담아 지게에 지고 와 묵을 쑤어 끼니를 잇는
구황음식이었는데...
요즘은 웰빙식품으로 각광을 받으니 시골사람 뿐만 아니라 도시의 사람까지도 주워내니
혹자(或者)들은 산짐승 먹이를 없앤다고 이야기를 하기까지 한다.
여튼,
동물이나 사람에게 훌륭한 먹거리인 것은 분명한 듯 하다.
지난 주 시골에 내려가니
울엄니가 몇 모의 도토리묵을 쑤어놓았다.
그 중 서너개의 도토리묵을 가져와서...
양념간장에 찍어먹기도 하고,
도라지와 함께
생들기름, 양념장 조금, 볶은 참깨, 마늘, 소금(도라지를 절임)을 넣고 무쳐내 본다.
가을이 아니어서 계절의 맛이라고 할 순 없지만,
봄철에 들기름에 무쳐 먹어도 입맛을 돋운다.
울엄니가 힘들어 하시니
도토리 줍는 일도
이젠 추억이 될 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