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처럼 2018. 11. 19. 20:34




먹을 것이 변변치 못하던 시절,

겨울 초입에 김장을 하는 것은 행사중 큰 일이었다.

배추를 절이고, 깎두기를 썰고, 동치미를 담고...


이들을 뒤란 한켠에 땅을 파

항아리를 묻어 그곳에 김장김치를 저장하고

겨우내 얼음을 깨며 꺼내먹던...


이제는 그 김장은

수(數)를 줄이고 저장도 김치냉장고에 담아 집안으로 들였다.

그래도 주부들에 있어선 마음으로 큰 행사로 자리매김을 한 것 같다.



직장에 다니는 누이들이 금요일과 토요일 시간을 내어 고향을 찾았다.

물론 배추를 절여놓는 것은 울엄니 일이였지만

60~70여포기 절인 배추를 씻고 김치를 담아내는 것에 

누이들도 고단함을 몸에 두었을게다. 





김장은 울엄니와 누이들에 맡기고

쳐다보기도 싫은 뒷밭의 콩밭으로 달려가 빈 쭉정이를 달고 서서 울엄니 속을 애태우던 콩을 꺾어제친다.


콩대 위쪽은 노린재류의 활개침에 열매를 채우지 못하고

뿌리쪽 가까이 서너개의 꼬투리에만 알을 채웠다.

파종 시 한포기에 서너알씩 떨어뜨렸는데 수확도 심은 알 수 만큼 한포기에 서너알씩 될 모양이다.  ㅎㅎ




그것마저 비를 맞힐까봐

비닐하우스 안으로 끌어들이고...



김장김치를 맛보라는 부름에

울 뒤를 지나치며 닭들이 앉았던 자리를 찾는다.



김장을 끝내기를 기다렸음일까?

김장을 마치고 누이들이 떠난 자리엔

바람이 솔잎을 깨우며 지난다.

쏴~ 쏴아~


밭가 초석잠도 그 바람을 느꼈는지

지난 주까지 푸르름을 자랑하던 색을 감추고 겨울과 동화(同化)하려 한다.



김장 끝내기를 기다려주던 가을빛을

저도 좋다고 한참을 놀던 쑥부쟁이는

쏴~ 쏴아~

이는 바람을 외면하며 발을 동동이고 있다.



가을이 가는가 보다.


생강향, 마늘향 품은 막김치가

따스한 밥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