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가 여물어간다.
주말 시골행을 늘 국도를 이용하다가
해가 뜨기전에 감자를 캐낼 요량으로 모처럼 아침일찍 고속도로를 이용한다.
춘천에서 홍천의 시골마을까지 가다보면 여름부터 가을까지 매일 안개가 있는 지역을 두곳을 볼 수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시골 고향이다.
감자 4고랑을 다 캐내니 해가 비치기 시작한다.
안개덕을 톡톡히 보았다.
뜨거운 한낮에 밭일을 할 수 없음에...
밭머리에 있는 예전의 천수답 자리로 올라본다.
밭머리에서 50여미터쯤 오르니 멧돼지 목욕탕이 질펀하게 마련되어 있다.
주위 나무그늘 밑으로는 멧돼지들이 먹이를 찾은 흔적이 광범위하게 흩어져 있고...
혹, 버섯이 있을까 몇발짝 더 올라보는데,
멧돼지 뛰는 소리가 들려온다.
' 착 착 착...'
두려움에 그냥 내려선다.
가만 있어도 땀이 나니
기왕지사 일하면서 땀을 내자고 예초기를 들머지고 산둑을 깍는다.
큰밭쪽의 산둑을 깎고
뒷밭쪽의 산둑을 깎는다.
뒷밭쪽의 산둑은 올해들어 처음 깎다보니 번지고 있는 은사시나무가 꽤나 컸다.
5~6월에 한적한 시골공간을 소리로 채워넣던 검은등뻐꾸기는
어느새 참매미에 자리를 내어주고...
어둠이 내려서고
달빛, 별빛이 환하게 비추는 늦은 시간,
시원한 공기를 맞아들이려 활짝 열어제친 창문으로 마당밖 개짖는 소리가 들어와 선잠을 깨운다.
'멧돼지가 내려왔나?'
제대로 떠지지않는 눈에 슬리퍼를 끌고 옥수수밭으로 나가보는데...
밭 가까이에 있는 산에서 내발자국 소리를 듣고 옮겨지는 발자국 소리를 느끼는데,
멧돼지의 거친 숨소리까지 들려온다.
슬리퍼 차림이라 머리카락이 쭈뼛해지는데...
쭈뼛해지는 만큼 그물망에 매달린 빈 깡통이 쭈그러려지는모습도 더한다.
빈 깡통이 소리를 내는 만큼
저쪽의 마당밖 개도 요란스럽게 짖어대며 응원을 가한다.
그렇게 막대기로 빈깡통을 쳐대며 멧돼지를 골짜기 안쪽으로 올려보내는데
게면쩍게스리 반달은 나를 보고 웃고 있다.
닭장속의 장닭이 울어대니
중병아리 중에 한마리가 서툰 음정으로 장닭을 흉내낸다.
빙그레 웃음지며 휴일을 시작한다.
안개덕을 빌려 오전 10시까지 3차로 파종한 옥수수밭에 쪼그려앉아 김매기를 하고
5주 심어놓은 대추토마토를 따서 맛을 보며 한낮을 보낸다.
지난 4월 20일경에 1차로 파종한 옥수수가 익어간다.
멧돼지도 기다렸다는 듯이 찾고 있지만,
며칠 안으로 곧 수확이 시작되겠다.
체온을 웃돌 정도로 폭염이 더하는 요즘 날씨
옥수수들이 견뎌내는 더운 날씨는 어디쯤일까?
맛있게 익어가지 못하고
시들어 말라가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앞선다.
이래저래 농사일이
내게 힘든 마음을 놓는 7월의 한 주로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