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2018.03.24)
주문을 받은 초석잠을 작업해서 보내야 되는데,
주초(週初)부터 비와 눈으로 장해를 받고
울엄닌 심한 기침감기로 작업을 못하니...
금요일 휴가를 내어 시골로 향한다.
울엄닌
일요일 당신 생일날에 쓸 두부를 만들러 내려온 줄 알고
담가놓은 콩을 힘든데 맷돌로 하지말고 방앗간에서 갈아오라고 한다.
"엄니, 주문받은 초석잠 작업하려고 오늘 휴가를 냈어요."
" 두부는 만들지 말죠? " 하고
초석잠밭으로 향한다.
초석잠을 캐면서 내심 전날 울엄니가 조금이라도 작업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바램의 마음이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없다 라는 생각에...
8kg 정도를 작업을 해서 두곳에 택배를 보내고
담가놓은 콩을 건져달라 해서 방앗간에 가서 갈아와 두부를 만든다.
밤새 기침을 하느라 잠못드는 울엄니에
장닭은 '꼬끼~요오.' 하며 이른새벽을 외친다.
주말
아침을 나선 손길엔
살짝 추운 날씨에 땅이 얼어
산밑밭을 가보는 시간을 준다.
어느새 명이나물이 초록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곳엔 봄빛을 한가닥 두가닥 모아 꽃을 피우려는
양지꽃풀도 군데군데 있었다.
풀어놓는 닭들 때문에...
울타리를 만들고 겨우내 덮어놓았던 비닐을 걷어내자
비닐속에서 싹을 키우던 마늘은 봄바람에 굽었던 허리를 털며 일어설 준비를 한다.
마늘밭을 열고
호미를 쥐어들고 초석잠 작업을 하는 동안,
울엄니 생일을 함께할 가족들의 신발이 하나 둘 봉당에 늘어만 간다.
저녁을 먹고
시골집 작은 방에 1년의 이야기를 채워놓고...
거기엔
자식들의 이야기를 깨뜨리지 않으려
터져나오는 기침을 참아내려는 울엄니의 몸짓도 숨어있었다.
그 전 부터
이번 생일때에는 동해안에 가서 회를 한턱 내겠다는 울엄니,
휴일
아침을 먹고 동해안으로 떠난다.
주문진항에 도착해서...
감기에 멀미까지 얹은 울엄니
모처럼 바닷가에 와서 자식들에 해물을 손에 쥐어주고 싶었던 마음은
당장 건물 그늘밑에서 쉬고 싶은 몸으로...
항구에 내려앉은 갈매기는
울엄니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까?
주문진항구의 번잡스러움에
멀미가 더할까 싶어,
한적한 곳을 찾다보니 경포 해수욕장까지 왔다.
음식점에 들러
먹고싶은 것 마음대로 먹으라는 울엄니,
멀미탓에 먹고 싶은 것이 있을까?
자식들이 회 한젓가락 집는 틈에
한쪽 귀퉁이에 누워 잠을 청한다.
울엄니
멀미가 있을 거라
내심 동해안에 가지않기를 바랬는데,
모처럼
가족들에 회 한접시 사주고 싶다고...
" 엄니, 생일날 먹지도 못하고 몸만 더 힘들어졌네."
울엄닌
가족들이 다함께 모여서 동해안에 갔다온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단다.
그렇게 울엄닌
생일을 이렇게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