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2017.12.23)
날이 계속 추웠다면 춘천 근교의 산행이나 할까 했었는데
2~3일 겨울속의 봄날이랄까,
날씨가 풀려 초석잠을 필요로 하는 이가 있어 캐볼까 하고 시골향(向)을 이루었는데...
깊숙히 언 땅에 겉땅만 살짝 풀려 초석잠은 호미끝에 끌려나오는 것을 허락치 않는다.
병아리로 와서 울타리밑을 일삼아 다니던 닭들에 울타리밑은 잡풀없이 깨끗하게 사막화(?) 되어가고..
그 덕(?)에 울타리밑에서 자라던 더덕이고 잔대, 참취, 곤드레, 수리취 등 봄나물류들 조차도 그 뿌리를 드러내놓은 채
봄을 기다리지 못할 것 같다.
봄나물을 잃는 아쉬움을
일주일에 계란 한판 남짓 얻는 즐거움으로 대신해 본다.
처음에는 직장동료에게 4,000원에 강매(?)하다시피 했는데,
시골 동네분들과 알음알음 알게 된 춘천의 지인들이 10,000원에 줄을 서다시피 하니
시골인심을 바라던 직장동료에겐 닭 쫓던 개 쳐다보는 격이 된 모양새가 되었다.
뒤란 처마밑에선 시래기가 정월대보름을 기다리고...
시래기가 처마밑에 많이 달리기를 바라지만,
그 일도 팔순이 되어버린 울엄니 일이니
그저 정월대보름날 삶아 나물로 먹는 것으로 족하다.
초석잠 작업을 할 수 없으니
지난해와 그러께 해두었던 나무를 톱질과 도끼질로 시간을 보낸다.
엔진톱이었다면 몇십분이면 끝날일이 손 톱이다 보니 하루가 꼬박이다.
지난 여름부터 가을까지
경작하던 밭 전부를 임대준다고 하던 울엄니,
이 사람 주면 농약으로 떡을 칠 거고
저 사람 주면 풀밭으로 만들 거 같고...
십수년간 고추밭에 탄저병과 살충제를 제외하곤 일절 제초제와 다른 농약을 치지않고 오롯이 호미로 김을 매가며
가꾸어 왔는데 다른 사람에게 임대를 주면 밭 꼴이 안될 것 같고 하면서도,
올 한 해 지나온 힘든 시간들을 보면 그래도 남에게 임대를 주어야 한다고 마음을 두었었는데...
옥수수만 재배하고 들깨는 심지말자고...
그 동안 고생하며 농약없이 지켜온 땅
차라리 묵히면 어떻겠냐고...
몇 달을 그렇게 울엄니에게 갈등을 만들어 놓았었다.
" 며칠전에 옥수수씨앗 세봉(3kg) 신청했다."
휴일 아침
지붕을 타고 처마밑으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있어 눈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싶었는데,
아침밥을 먹는 사이에 낙숫물 소리가 없어 비가 그쳤나 보다 생각하고 밖을 나섰더니
눈이 비오듯 한다.
그렇게 하루종일 내린 눈이 떡눈이라
넉가래질도 힘들다.
눈 내리는 동안 아무것도 하지않고 방안에 있자니
골이 지끈거린다.
톡..톡.. 거리는 초등친구의 밴드 소리울림이 있어 딜다보니
그레이 크리스마스란다.
달랑 사진 한장으로 화이트 크리스마스 보내라며 밴드에 올려놓고.
캐롤송 보다
아침을 알리는 닭울음 소리로 성탄절을 연다.
살짝 영하로 떨어진 아침이 전날 지끈거렸던 머리를 맑게 한다.
마당에 모아두었던 눈을 실어내고
닭들과 개들에 손짓하며 떠나는 길엔,
하늘도 곱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