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2017.12.16)
12월들어 각종 송년모임과 뜻하지 않은 술모임에...
이틀이 멀다하고 술자리가 있으니 술꾼에겐 더이상 좋을게 없다.
지난 한 주 동안의 한파로 근무처에서는 바빴지만,
시골의 호미질 할 곳은 굳게 얼었으니 주말에 바쁠 것이 없다.
하여...
모임에서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연탄을 사들고 쪽방촌 골목길을 기웃거려본다.
연탄배달을 마치고 오후에 시골에 도착하니
울엄닌 홍천장에 나갔는지 겨울빛만 마루끝에 걸쳐앉았고
닭들은 뒤란 양지쪽 울타리밑에 모여서 털을 고르며 시공간을 채운다.
전날 안부전화에 목욕도 하고 머리손질도 한다고 하였으니
울엄니 행선지를 짐작하고 있었다.
닭장을 청소하고..
마당 구석으로 낙엽을 몰아다넣는 바람이 얼마나 찬지
따듯한 방안에 앉아 TV를 보다보니 나도 모르게 스르르 눈이 감긴다.
그림자이불을 끌어올리는 동쪽산을 보며
닭들을 닭장에 가두고
개밥을 주고 나니 시장에 갔던 울엄니는 파마 모습으로 들어선다.
까만 비닐봉지를 내려놓으며
"꽈배기 먹어라."
소나무를 가로지르는 바람은 밤에도 여전하다.
위~잉 거리며 세차게 달리는 찬 밤바람이
마을 집집마다의 불빛을 이른 시간에 밤하늘 별 사이에다 붙여놓는다.
그렇게 마을의 불빛은 꺼져가고...
아침 겨울빛이 긴 그림자를 짧게 하고 섰을 때
땅벌집이 있었던 밭둑에 잠시 걸음을 멈춰본다.
이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지난 여름과 가을
밭일을 할 때 이들에게 쏘였더라면
지금쯤 이들은 담금술에 푹 젖어있을텐데...
구입한 도끼를 시험해볼까 하고,
톱질과 도끼질을 한다.
부엌에 아궁이 있던 시절엔
이 짓도 꽤나 했었는데,
화덕에 얹힌 가마솥을 사용할 때나 불을 지피니
도끼질도 오랫만이다.
오후가 되니
어제의 바람이 또 찾아온다.
양지쪽에 모여들었던 따스함도
바람에 쫓겨 동쪽산으로 숨어들고
긴 그림자도 그들을 뒤따른다.
서쪽산 능선 낙엽송엔 까마귀가 내려앉아
지는 햇빛을 등지고 까악 대며 마을을 내려다 보고 있다.
그렇게...
또 한 주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