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2017.10.21)
추석연휴때 들깨를 베어넘기고일주일 지나고부터 들깨를 털기 시작했다.
지난 주는 시골집 뒷밭을 털고주중에 연차휴가를 내고주말과 휴일을 이용하여 앞밭과 큰밭을 턴다.
들깨를 털어내는 것이 여러방식이 있겠지만,
나는 울엄니 농사에 조력자일 뿐이니 그저 울엄니 방식대로 따를 뿐이다.
밭가운데 천막을 깔고 한아름씩 안아다 펼쳐놓고
도리깨로 턴다.
울엄닌 한쪽에 고무다라이를 엎어놓고 그곳에서 막대기로 두드리고...
들깨와 들깨섶에서 부스러져 나온 들깻잎과 지스러기 등을 빗질로 빗겨내고...
다시 들깨를 한아름 안아다 펼쳐놓아 털고,
다시 빗질로 빗겨내고...
이렇게 반복적으로 들깨를 턴다.
주말,
직장 동료들과 춘천 근교에 있는 삼악산을 오르며 단풍구경을 하기로 하였었는데...
막대기로 들깨를 터는 울엄니,
도리깨질의 나에 오분의 일도 안되게 터니 일을 끝내지 못하고 갈 수 있음인가?
직장 동료들에 안산(安山)을 당부하고,
마당앞 밤나무와 옆산의 단풍을 도리깨질 사이사이 시선에 담는 것으로 만족한다.
3일간에 걸쳐 들깨를 털었는데,
울엄니 방식으로 털긴 털었지만
훗날 나도 울엄니 방식을 고집하고 있을런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바람이 좀 불더니 은사시나무 낙엽이 밭둑을 사각거린다.
억새풀도 어디에다 씨앗을 날려볼까 방향을 찾고...
작물들이 섰던 밭이 빈 공간이 되니
동구(洞口)의 가로등 빛이 안막의 담장까지 비춰지는 시간,
별빛도 시리게 다가오고
움츠린 어둠속에서 안개 대신에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