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대룡산 산행(가락재~대룡산)

돌처럼 2017. 5. 4. 10:50

 

같은 직장의 친구가 예전부터 함께 산행을 하자고 했으나 그동안 시간이 허락칠 않았다.

부처님 오신 날,

모처럼 함께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친구 처(妻)의 픽업(pickup)을 받아 가락재에서 내려 산행의 들머리로 정한다.

오르면서 산길따라 반겨주는 초본식물들의 이름을 내가 아는 선까지 친구에게 알려주고...

 

들머리부터 피나물이 보이기 시작한다.

 

 

주로 그늘진 곳을 좋아하다 보니 봄이 깊숙히 발을 들여놓았을때 노란색으로 군락을 이루며 피어난다.

'왜 피나물이냐?' 란 말에 피나물에 아픈 상처를 내어본다.

' 이렇게 꺽어보면 피같이 붉은 액체가 나와 피나물이라 한단다.'

나물이라 해서 식용하는 것은 아니다. 곰취와 비슷한 동의나물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낮은 산밑에 피었던 산괴불주머니꽃은 이미 지고 있는데, 해발이 좀 되다보니 산괴불주머니가 아직 꽃을 피워내고 있고 나물로 먹는 쥐오줌풀도 보라빛 꽃을 달고 섰다.

은방울꽃, 은대난초 등도 곧 꽃을 피워낼 태세를 갖추고 있고...

친구에게 이들의 이름을 알려주니 폰으로 사진을 찍고 이름을 기록하느라 산행의 발길이 더디다.

뭐 그렇다고 조급한 마음은 없다.

 

능선길을 따르다 고사리가 보이길래 친구에게 고사리 찾는 법을 가르쳐 주며

잠시 북향의 비탈면을 살핀다.

 

 

대부분의 고비들은 이미 날이 덥다고 하얀 털옷을 벗고 기지개를 켜고 있는데

저 아이는 아직 춥다고 털옷을 입고 있다.

 

풀솜대(지장나물), 단풍취 등 친구에게 나물종류를 가르쳐 주며 지나는데...

내가 취하지 않으니 친구도 취하지 않는다.

가끔 산행길 옆으로 보이는 두릅나무는 왜 이제 왔느냐며 그냥 가란다.

그렇지만 몇개 연하게 보이는 아이를 따서 친구에게 건네고...

 

두런두런 친구와 함께 숲길에 이야기를 묻으며 대룡산을 지척에 둔다.

 

 

뒤돌아 보니

지나온 능선이 길게 놓여져 있다.

 

가물어 낙엽을 밟아도 푹석이는 먼지와

오르는 발길에 숨이 찬 느린 발걸음으로 대룡산 정상을 밟는다.

산행길 옆의 초본식물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오다보니 정상까지 6시간 반이란 시간이 소요되었다.

 

내려서는 길,

내리막 경사길에 발을 맡기면 한시간이면 넉넉한 것을...

 

 

커피 한잔을 마시며 시원한 바람을 찾으려니,

봄구슬붕이가 살짝 나를 엿보고 있다.

 

 

앵초도 '나도 여기 있다.' 며 유혹을 놓고

 

 

피나물도 다시한번 봐달라며 산을 넘어왔다.

 

 

둬시간의 내려서는 끝에서

안전한 산행을 어느 분 기도의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여기며 산행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