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시골의 봄날

돌처럼 2013. 10. 24. 16:17

엊그제 내린비에

포실포실한 밭.

흰뿌리 달고 고개내민 옥수수

밤새...

고이얀 고라니 발자국에

몇포기 꺽이고.

 

아침안개 걷어올린

개울건너 저편엔

연두빛 차려입은 앞산이

싱그러운 햇살을 맞이한다.

 

둑에 선 복숭아

살랑살랑 찾아든 나비에 수줍어

발그레한 얼굴로 꽃을 피우고

울 뒤 벗꽃과 앵두꽃은

늦은발길에 토라져 제꽃 떨구고

작은열매 내보인다.

 

오수(午睡)에 빠진 문간 발바리

봄바람에 실려온 꿩의 소리에

한쪽눈을 찡긋이 떠보일때

묵음(默音)의 표정으로

'봄맛 찾으러 간다'며

빈 배낭 메고 산으로 향한다.

 

앞산에 두릅

뒷산에 나물취, 잔대싹 풀어놓으면

엄마손길 맛있는 반찬이 되고

서쪽해

그림자 길게 드리우면

무당새 둥지찾아 날아든다.

 

그렇게 고향의 봄날은 가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