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찰옥수수 파종(2017.04.29)

돌처럼 2017. 5. 1. 16:54





4월 마지막 주말

같은 직업분야에서의 모임에서 설악산을 거쳐 속초로 단체여행을 떠나 밴드로 사진을 보내오는데...


울엄니 농사에 찰옥수수를 파종해야 할 시기라서 시골로 향하여 찰옥수수를 파종합니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이랑을 만들지 않고 트랙터로 로타리 친 채로 옥수수를 파종합니다.


그동안 아침에 무서리가 계속 내리던 날씨였는데

옥수수를 심는 주말부터는 날씨가 꽤나 더워 엎드린 얼굴로 땀방울이 연실 떨어지네요.

약 300여평에 찰옥수수 파종을 하고,

남은 500여평의 밭에는 이번 주말과 다음 주말에 걸쳐 파종할 예정입니다.


틈을 내어 뒷산을 올라봅니다.

시골 농삿일을 도우며 짬을 내어 뒷산을 오를 수 있다는 것이 참 좋습니다.

오르는 길에 산새들의 지저귐에 귀도 기울여 보고

예전부터 보아왔던 식물들에게도 눈길을 주어봅니다.



벌써 검은등뻐꾸기 소리가 들리네요.

어느 스님의 해탈을 방해하는 '홀딱벗고' 의 소리로 들렸다는 구전(口傳) 있지만,

검은등뻐꾸기 소리가 나면 콩, 옥수수 등 잡곡들을 파종하는 시기라고 그 새의 소리로부터 파종시기를 가늠했던 선조들의 지혜이기도 하지요.



함께인 식물들이 계곡, 또는 양지바른 비탈에 자리를 잡고 봄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천남성>


<각시붓꽃>


<독활(땅두릅)>


그렇게 새소리, 초록들에 관심을 두며 오르다

고사리가 있을 만한 곳을 둘러봅니다.


하나



둘..



고사리 한움큼 꺾기 위해서는 많은 발품을 팔아야 합니다.

많이 꺾는 것이 아니라, 저는 설명절과 정월대보름 때 먹을 정도면 충분합니다.


내가 지나온 자리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려 내려다 보니

다른 분이 고사리를 찾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 분은 제 발길이 밉다 할지도 모르겠네요. ^^


고사리 한움큼 꺾어들고

오가며 봐왔던 곳을 다시 가보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작년 오행을 보였던 아이는 각구로 자리잡고



골짜기 웅덩이엔 도룡뇽알이 일부 부화되어 빠져나가기도 하고

머리모양을 이루고 조금 더 시간을 기다리는 아이도 있습니다.



녹음(綠陰)속으로 걷는 발길엔

낙엽들을 헤집고 다닌 멧돼지의 흔적이 그 어느 해보다 넓은 지역에 많이도 있네요.

작년에는 개들이 멧돼지 피해를 막는데 한몫 했는데,

올해엔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지난 4월초에 파종했던 찰옥수수는 이제사 줄을 맞추고 섭니다.

이제 곧 울엄니의 고된 김매기가 시작될 듯 싶네요.




어두워진 동구밖에는 개구리들의 합창이 들리고

밭으로 내려서려는 고라니 발자국 소리에 요란스럽게 짖어대는 마당 밖 개들이 조용해 질 즈음,


풍년이 들기를 바라는 농부들의 마음 대신

소쩍새는 소쩍대고

그 사이로 올빼미가 골짜기에 긴 메아리를 남기며

일찍 서산을 넘는 초생달을 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