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산행
휴일 아침,
초중시절 겨울방학때면 지게를 지고 아버지 따라 수없이 올랐던 길
그 길에 산행의 발자국을 더해본다.
군락을 이루었으면 수많은 사람들이 찾았을테지만,
적당한 거리를 두고 군데군데 핀 참꽃(진달래)들은 아무도 찾지않는 산중에서 서로 이야기를 하는 듯
솔바람에 꽃잎을 하늘거리다 이방인의 인기척에 향기를 내뿜으며 유혹하고 선다.
선화후엽(先花後葉)
대부분의 봄꽃들은 먼저 꽃을 피워내고 잎은 나중에 밀어올린다.
생강나무(산동백나무)도 노란 꽃을 감추며 잎사귀를 보일 준비를 하고있다.
저 정도의 잎을 따 덖어내 차를 만들면 저것도 참새 혀크기만 하다 해서 작설차(雀舌茶)라 불리울만 하다.
원추리도 봄나물로 유혹하고 있지만...
취하지는 않는다.
주인은 누구일까?
너구리 아니면 오소리?
이 주위에 대여섯개 작업을 해놓았다.
이 정도 산에 홀로이 섰을 때
먹이를 찾아 내려앉은 산새들의 부스럭 소리에도 흠칫 놀라던 지난 날이라면
이 자그만한 굴에도 두려움이 앞섰을 게다.
산행의 목적이랄까?
집 근처 심어놓은 두릅나무엔 엄지손톱만하게 싹을 올리려 준비중이지만
어느 산골짜기엔 봄이 일찍 머무는 곳이 있어 두릅이 더 빨리 올라온다.
하지만 저들은 아직 내 손길을 외면한다.
오는 휴일에 찾는 이가 없다면 그때나 보자며 발길을 지나친다.
잔대도 싹을 올렸다. 싹대가 3개인데 한몸에서 올렸을까?
아니면 각기 다른 몸을 가지고 있을까?
궁금하지만 오늘은 두릅에게만 관심을 가지기로 한다.
일명 흐르레기라고 하는 목이버섯은 숱하게 봐왔지만
다른 종류의 목이버섯은 처음 본다.
죽어 넘어진 소나무에 붙은... 채취하려니 조각조각 부서지길래 그냥 아쉬움만 남겨본다.
어느 묘옆에 핀 할미꽃
예전 울 뒤 뒷산에도 흔하게 보이던 할미꽃이였는데...
잡목이 우거져서인지 볼 수 없으니
이제 할미꽃도 귀하게 여겨진다.
좀처럼 꽃술을 보이지 않는 삶의 꽃이다.
한움큼의 두릅을 취하고
고사리가 올라왔을까? 매년 채취하는 곳을 가보니 아직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작은 나무나 풀잎을 스칠때마다 진드기가 너댓마리씩 무릎을 오른다.
진드기를 털어내며
아직 때가 아닌가보다 하고 능선으로 향하는데
몇개의 고사리가 따스한 빛을 안고 선다.
오는 주말이면 꽤나 보일 듯 하다.
애기괭이눈
북향의 습한지역이면 제법 볼 수 있는 작은 아이다.
보기 흉하게 시작하지만 자라면 어떤 정원식물보다도 뒤지지 않는 관중
이 아이도 북향의 습한지역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내려서는 길
따스함을 잔뜩 품은 어느님의 묘소엔
분봉(分蜂)길에 나선 것일까?
토종벌들이 새카맣게 잔디위에 앉고 날아오르며 위세를 떨친다.
벌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탐을 낼 만도 하겠다.
몇 년 동안
약용버섯을 내게 주던 은사시나무는 이제 그 수명을 다하고...
밭 언저리 천수답이었던 곳,
멧돼지가 진흙목욕을 한 자리에 잦은 봄비에 물이 고이니
도룡뇽이 알을 낳아놓았다.
조금 있으면 부화가 되려는지 까만 알이 하얗게 변해 있다.
집 근처의 홑잎나물은 주말에나 시골을 찾는 나에겐
벌써 봄을 지우고 섰다.
세시간 남짓 짬산행에
" 그러게? 두릅이 나오긴 나왔네~!"
엄니는 그냥 가져가서 먹으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