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2016.11.05)
날곡들을 위해
짧아진 햇빛에 하루의 해도 아쉬운 터이지만,
비소식에
비가 없는 날도 하루종일 흐린 날의 연속이네요.
주말아침 시골에 도착하니 울엄닌 할일은 많은데 늦게 왔다고 합니다.
" 할 일 많은게 뭔데요? " ^^
- " 고추말뚝도 뽑아들여야 하고.."
" 고춧말뚝 뽑고 또 뭐~? " ^^
전날 과음에 늑장을 부렸더니 고들빼기를 캐서 다듬고 있던 울엄닌 바쁜 일에 조금 서운했던 모양입니다.
봄부터 여름내내 밭에 엎드려 호미로 김매기 하면서 잡초는 싹이 트기 무섭게 생을 마감하였지만,
고들빼기엔 관대했던 울엄니,
가을되어 곡식들이 베어넘겨지니 군데군데 고들빼기만 파랗게 남아 울엄니의 가을일에 손을 놓지 못하게 합니다.
한움큼의 단을 만들어 홍천시장에 2천원을 받고 파는데 그 준비하는 시간이 많이 걸리기도 하지만 손도 많이 갑니다.
저는 그 수고에 몇푼 받지 못한다고 뭐하러 그걸 그렇게 하느냐고 하지만...
울엄닌 밭에 아무것도 없어야 마음이 놓이는가 봅니다.
일복으로 갈아입고 마당에 펴널었던 들깨를 판매를 위해 5kg 단위(한말)로 소분(小分)하여 자루에 담고나서 고추지지대를 뽑고,
비닐멀칭을 걷어내니 하루가 갑니다.
해도 빨리 넘어가지만 땅거미도 휑해진 가을공간이 뭐 그리좋다고 금새 내려앉습니다.
이것저것 대강 마무리를 하고...시골집에 가기 전에 지난 주 정미소에 도정을 맡겼던 옥수수알을 찾아왔는데,
차에서 옥수수자루를 꺼내 체로 선별을 하고 토요일을 마감짓습니다.
일요일,
잔뜩 흐린 날씨에 바람도 스산하게 부니
비가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한 아침입니다.
어제 준비해두었던 고들빼기(5단)와 송이잣(40kg짜리 마대 하나)을 시장에 내다 판다네요.
같이 가자고 하는 울엄니에게 싫다고 하니 고들빼기만 가지고 시장에 간다네요.
힘든 일 하지말라고 맘에도 없는 말 했더니...ㅎㅎ
" 차 타고 가세요. " 하니
송이잣도 실으랍니다. ^^
울엄니를 시장에 태워드리고 곧장 집으로 와 뒷산을 오릅니다.
여름날, 영지버섯 산행을 하기위해 오를때 보았던 백수오(백하수오) 한뿌리도 캐고, 혹시나 먹을만한 버섯이라도
있을까 해서...
지난 주 영하권의 날씨가 2~3일 있어서인가, 버섯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를 않네요.
그냥 백수오 달랑 한뿌리만 캐가지고 내려와서 꺾어놓은 팥이랑 밭가에 한줄로 심었던 서리태를 꺾어서
비닐하우스 안에 널고 주말의 할일을 마칩니다.
아직도 햇빛을 더 구경시켜야 할 들깨도 몇자루 있는데
주말과 휴일, 그림자를 띄우는 해는 구경도 못하였습니다.
된서리에 쓰러진 와송꽃대에 달려든 꿀벌들도 힘겨운 몸짓으로 꿀을 찾고
10월(음력)에 입동이 있는 해는 김장이 빨리 신다는 울엄니 말에
아직 밭에 선 배추는 된서리를 맞아 겉옷은 못쓰게 되고...
꼿꼿이 서있던 대파도 허리를 꺾인 채
영하속의 된서리가 다시올까 두려움을 안고 햇빛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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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뒷산에서 처음으로 백수오를 캐들던 날, 가슴이 두근댈 정도로 설레임 반 기쁨 반이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거피를 하는데 그 향(香)이 얼마나 좋던지...
술병을 사고 담금주를 하면서 그 향을 생각하며 2년 후에 개봉을 하여 한잔 맛을 보았었는데,
완전 실망을 하였었지요.
그 담금주?
다 남줬습니다.
그 때,
다음부터 캐게 되면 꿀에나 재워먹는다고 하였는데
지금 거피를 하면서 또 담금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듯,
봄부터 가을까지 주말을 통하여
울엄니 농삿일을 도우면서
그 과정엔 순간의 힘듦에 울엄니 농산물을 남들처럼 제대로 받고 팔아야지.
또는 내년부터 농삿일을 돕지 말아야지
그런 마음을 수없이 두었지만,
우리들의 삶...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처럼
오늘의 일을
내일 또 다시 계획하고 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