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주말에..(2016.10.08.)

돌처럼 2016. 10. 9. 22:47



금요일 밤부터 토요일 오전까지 온 비에

주말아침 조금 늦게 시골집을 향합니다.


울엄니는 아마도 산밑쪽으로 잣을 주으러 갔는지 집에도 없고 밭에도 없습니다.

밭을 둘러보니 울엄닌 주중에 혼자 들깨를 베어넘기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시골집은 마을에서 제일 안쪽에 위치하고 있어 밭 옆과 뒤로 산이 있습니다.

울엄니가 내려올 동안 저도 산을 엿봅니다.

다른 지역엔 뽕나무버섯이 나온지가 꽤나 되어서 올핸 이상하다 싶으리만치 저희동넨 보이지 않았었는데...

이제사 모습을 보이네요.



뽕나무버섯을 찾는데 떨어진 산밤도 많다.

뽕나무버섯을 채취할까 산밤을 주울까 망설이고 있는데,

엄니가 내려오면서 저를 보고  " 이제 점심먹고 들깨를 베어야지? "

들깨를 혼자 베어내면서 허리가 아프다며 움직이는 모습에 걱정이 앞섭니다.



점심을 먹고 들깨를 베기 시작합니다.



울엄니에게 오늘은 들깨를 베지말고 쉬었다 내일이나 조금 베라고 하지만...

자식이 혼자 베고있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나봅니다.

허리를 수시로 펴면서도 들깨를 베어내고 있습니다.


혹시 휴일까지 들깨를 베어내지 못할까 땅거미가 내려앉을 때까지 낫질을 합니다.

저녁을 먹고 울엄닌 고단함에 못이겨 이른 잠을 청합니다.

밖을 나서보니 소나무는 서늘한 바람을 튕겨내는 것이 겨울바람을 연상케 합니다.

처마끝에 그림자를 달고 봉당에 내려앉은 상현달은 고단한 몸에 이른 잠을 청한 울엄니를 볼 수 없겠다는지,

배를 내밀고 서둘러 서산쪽으로 넘어가고 있네요.

머지않아 배를 잔뜩 불린 보름달이란 이름으로 처마밑 봉당을 비추겠지요.



휴일아침,

어제 못다 베어낸 오전에 걸쳐 들깨를 마저 베어넘깁니다.



이번 주 베어내야 할 들깨를 베어내고

그동안 울엄니가 주워놓은 송이잣을 마대자루에 담으니 두마대가 되네요.

홍천읍내 송이잣을 수집하는 곡물가게에 갖다주니 10만원 남짓 주네요.

울엄닌, " 너 가져라~ "



잠시 한두끼니 찌개거리 끓일 뽕나무버섯을 채취하고..

내일부터 고구마와 땅콩를 캐야겠다는 울엄니의 말에

허리아픈데 엎드려 하지말고 엉덩이방석에 앉아 캐라며 춘천을 향합니다.



찬바람이 모습을 보이니

초석잠은 신이 난 듯 초록색을 더 띠는 것 같습니다.

이제 수돗가의 물은 손끝을 시리게 만들고

얼굴에 닿지않아도 바람은 소리만으로도 옷깃을 여미게 합니다.




이제 서서히 겉옷을 걸쳐야 할까봅니다.

수확의 바쁜 일손에

감기 같은 거 들이지 않도록 건강관리 잘 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