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출근길에..
돌처럼
2016. 9. 30. 17:00
아침저녁으로 선선하니 걷기 좋은 날씨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지만,
언젠부터인지 책하고 담을 쌓은 삶이라 나에겐 독서하고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무상(無想)으로 걷는 것이 좋아 지금의 계절앞에선 출퇴근 길을 가급적 걷는다.
내 차(車)는 직장에 세워진 채,
오늘도 걸어서 출근을 한다.
매일의 노선(路線)에서 모처럼 다른 길을 택해본다.
80년대 두꺼운 책을 들고 다녔던 곳,
그곳을 통과해 본다.
그 때 내 키만했던 나무들이 이젠 숲을 이루고 계절에 맞게 색칠을 준비하고 섰다.
관리하는 분들의 이른 빗질에 깔끔한 교정이 상쾌한 출근길을 만든다.
교정 가운데 위치한 연적지
나야 숙맥이라 그런 시절은 없었지만,
연인이 된 많은 학생들이 찾던 곳.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그 분위기는 여전하겠지?
가을옷으로 갈아입고 바위에 걸터앉은 담쟁이덩굴 처럼
잠깐 벤치에 다리를 꼬고 앉아
이 곳 가을의 아침을 보고 싶었으나,
삶의 시간이 허락칠 않는다.
출근길에 오늘의 모습을
얼마나 오랜 기억속에 담아내려는 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출근길을 재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