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2016.09.10.)
주말아침
일찍 시골로 향합니다.
지난 주 우박에 의해 순이 부러뜨려졌던 들깨는 그동안 가을빛을 받고 다시 일어서 꽃을 피워내고 있습니다.
들깨밭이 꿀벌들의 부지런함으로 시끄럽습니다.
꽃잎은 솔바람에 땅으로 떨구고
아쉬운 듯 솜털로 꿀벌들을 부르고 있습니다.
아침밥도 거른 채 마지막에 씨앗으로 파종했던 들깨밭에 호미들고 엎드려 있는 울엄니,
저도 호미를 들고 들깨고랑에 쪼그려 앉습니다.
이 곳은 빈 옥수수대궁이 서있었는데 옥수수대를 베어넘기면 김매기가 어려워
먼저 김을 매고 옥수수대를 베어넘겼습니다.
모종으로 심었던 들깨는 송아리를 틀고 꽃을 피우고 있지만,
이 곳은 작은 키를 두고 이제야 들깨송아리를 올릴 모양입니다.
김을 매고 난 후,
한시간 정도의 시간을 할애하여 뒷산을 올라봅니다.
지난 8월초에 올라 영지버섯을 본 자리에 또다시 성장한 영지버섯이 반겨줍니다.
지금의 산행길엔 여지없이 모양좋게 알이 빼어진 잣송이를 볼 수가 있지요.
청설모가 맛있게 식사를 하고 간 빈그릇인 셈이지요.
5월,
고사리산행에 즐거움을 주던 곳도 내년에 또 오라 하며 위치의 건재함을 알립니다.
어느덧 해도 많이 짧아졌습니다.
어둠이 내리고 저녁을 마치고 TV드라마를 보던 울엄니,
낮의 고됨에 피곤하다며 잠을 청하는 모습을 보며 달이 얼마나 컸을까? 생각하며 문밖을 나서봅니다.
어느새 날이 흐려졌는지 달도 별도 없네요.
깊은 잠을 이루는데
뒤란쪽 창문을 통해 처마밑을 떨구는 빗소리가 들립니다.
한밤중 몰래 오려다 들킨 소나기는
'에라 모르겠다' 라는 마음에서인지 세차게 들깨밭을 가로질러 와서 사정없이 지붕을 두들깁니다.
그리고 미안했던 마음인지 발을 살짝 디디며 오기도 하고,
그러길 수차례 소나기는 그렇게 밤시간을 채우고 있습니다.
가만 누워서 소나기 발소리를 들으니 파도가 밀려왔다 나갔다 하는 그런 모습이 연상이 되네요.
휴일아침,
큰 밭의 둑을 예초기로 깎아내고
고추를 따낼 요량으로 엉덩이방석 꿰차고 고추밭에 쪼그려 앉습니다.
5물째 따내는데 이들도 이젠 매끈한 모습은 뒤로하고 쭈글한 모습으로 익어가는 모습을 보니 올해의 수확도
얼마남지 않았다고 알려주는 듯 합니다.
7월초 감자를 캐내고 흑찰옥수수 2줄을 심었었는데...
먹을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을 갖고 파종을 했는데 폭염탓인지 9월말이면 맛볼 수 있을 듯 싶네요.
들깨밭에 꿀벌들을 보다
여치 한마리를 보았습니다.
갑자기 초등학교때 배웠던 '개미와 베짱이' 가 생각나네요.
대상은 틀리지만 꿀벌들은 부지런히 날아드는데 여유(?)있는 여치를 보니... ^^
아마 지금도
개미와 베짱이로 배운 저의 고정된 관념이
베짱이의 모습으로 여치를 바라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